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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은 가축을 드리는 '번제', 2장은 곡식을 드리는 '소제'다.
'소제'엔 피도 죽음도 없지만 대신 땀과 노동이 있다.
번제와 똑같이 소제도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다.
히브리어론 '민하'라고 한다.
야곱이 에서에게 드린 예물이 '민하'다.
여호와를 왕으로 인정하고 드리는 제사다.
국민 주권의 시대에 따르고 바쳐야 할 왕이 안보인다.
세금을 걷어가니 국가가 왕 같지만 자발적 충성이 안생긴다.
교회도 신앙도 왕인 나에게 봉사해야 할 것 같다.
대학 시절 교수님이 영국은 왕이 없는 국가를 불쌍하다고 생각한단다.
과연 따를만한 분이 없는 인생은 불안하고 공허한 것 같다.
자기를 왕삼으나 그럴 가치가 없는 게 자명해 보인다.
인간은 자신보다 큰 존재에게 복종할 때 행복하다.
나도 누구 못지않게 주체적 인간이나 이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성, 일, 성공, 재물, 명예를 숭배하지 않는가!
근데 이것들은 자신보다도 못하다.
결국 정의, 평등, 아름다움, 이념 같은 추상성을 추구해본다.
철학, 정치학, 사회학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것들도 불완전하고 어리석었다.
정치인이 얼마나 껍데기인지 실감한다.
결국 하나님이 왕이시고 그분께 바친 인생이 가장 향기롭다.

하나님께 드리려면 고운 가루로 빻아 드린 소제처럼 자신이 갈려야 한다.
거칠고 무식한 성품 그대로 하나님께 드려질 수 없다.
자아가 뭉텅뭉텅 썰려나와서는 누구도 반기지 않는다.
자신을 드리고 싶다고 하니 한 교회 사모님이 자기 부인도 못하는데 어떻게 하셨다.
이제야 그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자신이 너무 거칠고 천박하여 주님이 받으실 수 없었다.
다행히 주님이 이런 나를 멧돌에 넣고 갈으셨다.
무시, 조롱, 욕설, 무능, 상처를 수없이 겪고보니 쬐끔은 겸손해졌다.
이젠 무시받고 투명인간 취급받아도 주님의 훈련이구나 생각한다.
앞으로 더 낮아지고 초라해져도 갈려진 곡식으로 주님께 드려지고 싶다.

기름과 유향은 기쁨의 상징이다.
주님께 드리면 하늘의 기쁨이 내면에서 차오른다.
안 드려본 사람은 모르는 비밀이다.
가나 포도주는 순종한 하인들만 아는 비밀이었다.
대학과 대학원, 유학시절은 주님께 드린 시간이었다.
공부보다 복음 전하고 사람 키우는 일에 몰두했다.
정욕, 성취욕, 인정욕에 더렵혀질 때도 많았다.
그래도 자기를 잊고 주님께 드릴 때 정말 기뻤다.
친구들은 여자에게서, 좋은 직장에서 기쁨을 찾았다.
나는 주님께 드리는 데서 남들이 알 수 없는 기쁨을 누렸다.

요즘은 별로 기쁨이 없다.
회사든 교회든 고립되어 고독하게 살고 있다.
사랑하는 부인과 자녀가 있지만 웬지 고독하다.
갈수록 소통이 어렵고 필요도 못느낀다.
더 이상 빛날 일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볼품없게 보여도 주님은 받으신다.
음향을 주님께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