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38절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예수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셨다. 마르다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영접했다. 공동체에 임하시는 주님과 개인이 영접하는 주님은 많이 다르다. 전자가 행사요 의식이라면 후자는 교제요 경험이다. 교회, 민족, 국가 단위로 역사하시는 주님을 아는 것도 큰 기쁨이지만, 개인, 영혼, 내면에 찾아오시는 주님을 영접하는 것은 강렬한 전율이다. 그러고보면 성경은 수천 년 전부터 개체와 인격을 얘기하고 있었다. 서구 개인주의는 성경의 재발견 때문임을 새삼 깨닫는다. 남자 이름 위주로 기록된 성경에 마르다는 당당하게 그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39절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예수님을 영접한 건 마르다였는데 정작 주님 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는 사람은 그녀의 동생 마리아다. 약간은 얌체 같다. 언니가 데려온 예수님을 자신이 독차지한다. 예수님도 '마리아야 말씀은 그만 듣고 언니를 도와준 다음 다같이 교제하자'고 하지 않으신다. 예수님은 말씀하시는데, 마리아는 그것을 듣는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다. 앞서 얘기한 개인주의의 극치다. 그들의 마음엔 다른 사람, 해야 할 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민폐요, 둔함인 것 같으나 예수님도 마리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씀을 전하고 말씀을 듣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다. 일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말씀은 언제든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40절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마침내 마르다가 폭발했다. 말씀만 하시는 예수님에게도 서운함이 쌓인 것 같다. 앉아서 듣고 있는 동생에 대한 언짢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왜 나만 혼자 일하게 두느냐? 예수님을 초청한 건 나라고! 예수님도 눈치가 있으면 마리아에게 언니를 도와주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 마르다는 속에 꿍하고 쌓아두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속에 있는 얘기를 그대로 예수님께 쏟아냈다. 자신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짊어지고 그것을 해결하느라 노심초사하는데 주위 사람들, 당연히 함께 일해야 하는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의 이런 고민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보일 때가 있다. 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좀 그런 편이다. 노는 것처럼 보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많이 낸다.

 

41절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42절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마르다야, 마르다야' 주님은 마르다의 이름을 두 번이나 부르신다. 주님께서 마르다를 얼마나 사랑하시고 아끼시는가! 그리고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는 그녀의 마음을 다 아신다. 그녀에게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다고 방향을 주신다.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많은 일을 하면서 그만큼 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을 판단하고 원망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것도 좋지 않다. 주님을 영접하는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깔끔하게 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하고 마음이 평안하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편이 낫다. 아니 한 가지만 해도 족하다. 마리아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예수님 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는 쪽을 선택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불평하고 마리아에게 다른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막아주신다.

 

'가장 좋은 한 가지를 택하라' 새벽에 일어나 말씀을 한 절 한 절 묵상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어제 낮에 커피를 많이 마셔 밤에 좀 늦게 잤더니 일어나는 시간이 늦었다. 집중도가 새벽만 못하다. 커피를 한 잔으로 줄이고 11시 전에는 눈을 감아야겠다. 뭘 많이 하려 하기보다 새벽에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배운 점을 글로 쓰는 것에 최우선순위를 둬야겠다. 할 일을 하러 갈 시간이 다가온다.